나의 연극 인생..

단대부고 연극부 '극단 ㄷ'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 연극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인 94년이었다. 서클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항상 학기초가 되면 2,3학년 선배들이 서클 홍보를 위해 쉬는 시간마다 1학년 교실을 돌아 다니면서 홍보를 하고, 학교 중앙 통로에 대자보를 붙여서 서클원들을 모집을 했다.

서클활동은 그야말로 고등학교 생활의 꽃이라는 생각에 신중하게 맞는 서클을 찾았다. 학교의 후원이 알찬 방송부...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축구부, 배드민턴부, 농구부.. 편하게 서클활동을 할 수 있는 독서부... 40여개가 되는 서클중에서 유독 털털한 연극부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홍보를 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좋았고, 또한 무대에 서본다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진 시기였다. 특히 조명아래에서 나의 끼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문은 안좋기는 하지만 연극부를 선택했다.

3월의 토요일.. 연극부 지망생들이 교실에 모여서 2,3학년 선배들이 치루는 오디션을 봤다. 떨리는 마음에서 오디션을 보았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선배들에게 보여줄려고 노력을 했다.

그 결과 합격... 처음에 모인 동기는 13명이었다. 다들 끼가 있고, 소위 잘나간다는 동기들이 모였다.

처음에 생각했던 연극부는 환상과는 달리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토요일마다 모여서 늦게까지 연습을 하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매일 점심시간마다 도서관 뒷편에서 모여 발성연습과 발음연습을 하고 선배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게 정말 싫었다.

또한 조그마한 잘못이 있을 때 마다 선배들한테 얻어 맞아야 했다. 세월이 지나서 지금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때는 발음, 발성 연습을 왜 매일 해야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연극부에 들어온 것을 후회를 했다.

억지로 끌려다니다시피 서클활동을 하면서 의욕도 사라지고 그냥 몇대맞고 떼울까라는 생각으로 연극부를 나갔다.

서클에 무기력해진 나에게 결정적인 계기는 94년 5월에 찾아왔다. 그때 연출이 2학년의 찬영이 형이었는데 전교에서 아무도 그 형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싸움을 잘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형이었다. 후배들을 대하는데 있어서는 강압적이었다. 토요일 오후.. 그날도 하기싫은 연극연습을 했고, 조그마한 잘못으로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았다. 순간 열이 뻗쳐서 난 안경을 벗으면서 '어디 한번 더 패보세요..'라고 게겼다.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피식하고 웃을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주위의 모두가 놀라고, 찬영이형 마저 당황을 했다. 물론 난 s내 성질에 못 이겨서 맞을거를 각오를 했다.

2학년 선배들이 다들 나가서 잠시 회의를 했다. 난 그저 고개를 푹 숙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2학년 형들이 다시 들어와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선배한테 게기면 가혹하게 맞던 시절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속깊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 이후 몇 명의 선배들이 날 개인적으로 만나면 '아마 찬수 네가 제일 먼저 연극부를 나갈거 같아'라는 말들을 했다. 그때 오기가 발동해서 그런걸까? 모두의 예상을 깨줄려고 난 열심히 했다. 선배들이 때리면 그저 나의 잘못을 깨우치며 맞았고, 끝까지 남을려고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도 모두의 예상을 깨주고 싶었다.

연극부에 있으면서 좋은 점도 많았다. 대학에 다니는 선배들이 연습할 때 찾아와서 많은 이야기와 먹을거리들을 사준 것도 좋았고, 남녀공학을 나온 나에게 남자의 세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연극부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클안에 있을 때는 선배들한테 많이 맞지만, 연극부라는 이유만으로 학우들에게는 어깨를 펴고 다녔다. 또한 여고 서클과 단체 미팅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비록 올림픽공원에 모여 다같이 다방구라는 게임을 하고, 노래방을 가는 수준이었지만 남자고등학교에 갖혀있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대부고 연극부 'ㄷ'은 그야말로 11월 마지막주에 치루는 축제'단웅제'를 위해서 존재하는 동아리였다. 1년을 축제에 올리는 연극을 위해서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되자 1주일에 두 번씩 모여 아파트 공원에서 연습을 했다. 방학때 시간을 뺏기는 것도 싫었지만 연습을 하다가 맞는게 더 싫었다. 연습을 하다가 우리가 맞는 것을 보고 주민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출동하는 바람에 2학년형이 경찰서에 잡혀갈뻔한 사건도 일어났다.

2학기가 되자 나의 첫 연극을 공연할 대본이 정해졌다. 닐싸이먼의 '굿닥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내가 지망하는 주인공 '작가'역할을 다른 동기에게 뺏기고 '치과의사' 역할을 맡았다.

2학기가 되자 연습의 강도는 더해지고, 동기들은 지쳐가고.. 2학년도 지쳐갔다. 특히 2학년은 가끔오는 하늘같은 3학년 선배나 졸업선배들에게 잔소리와 얻어 맞지 않을려고 더욱더 1학년들이 다그쳤다.

모두가 지쳤다... 그 와중에서 연극부 형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학생부장에게 걸렸다.. 동아리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 서클의 1, 2학년 부원들은 매일 같이 학생부에 가서 학생부장에게 빌어야 했다.(결국 담배피던 형들이 삭발당하고 2주일동안 화장실 청소로 마무리..)

내적인 고통과 외부적인 고통이 더해서 모두가 지쳤다... 2학년 형들이 우리를 모아놓고 심각하게 공연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이야기 해보자고 할 정도이다. 하긴.. 이렇게 힘든거 안하면 끝 아닌가? 나 역시 처음의 의지와 관계없이 끌려가는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포기를 하고 싶었던 공연 1달전.. 5기 최경원선배가 왔다. 내가 9기니까 4기수나 차이가 나는 대선배였다. 경원이형은 연습장소에 오기전부터 이미 연극부의 사정을 다 들었나 보다. 다짜고짜 1,2학년을 집합을 시키더니 기합을 주는 것이다.

주먹지고 팔굽혀펴기.. 그것도 '연극부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75번을 구호를 외치면서 다 같이 기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못하면 죽는다라는 생각에 다같이 해냈다.

주먹지고 팔굽혀펴기를 한 후 1,2학년으로 나누어서 운동장 오리걸음을 시켰다. 먼저 1학년이 출발한 후 2학년이 따라오게 했다. 경원이형은 2학년이 1학년을 따라잡으면 1학년이 죽고, 따라잡지 못하면 2학년이 죽는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 1학년은 같이 오리걸음을 하면서 형들에게 미얀했다. 그래서 그냥 우리가 죽자고 말을 맞추고 일부러 2학년 형들에게 길을 내주고 우리는 2학년을 따라갔다. 그렇게 운동장 3바퀴를 줄을 맞추면서 오리걸음을 했다.

오리걸음을 마치니.. 지옥같은 시간 1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고통스러웠던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극부에 들어온 것을 철저하게 후회했다.

2학년보다 늦게 들어온 1학년이 경원이형한테 단체로 맞을걸 각오하고, 모두가 흐느끼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경원이 형이 단호하게 강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했다.

" 자!! 봐라!! 너희들!!! 너희들은 지금 1시간동안 주먹지고 팔굽혀펴기 70번을 넘게 했고, 운동장 3바퀴를 오리걸음을 했다!! 이러한 정신으로 못할 게 무엇이 있겠어!!!! " 순간 연극부를 들어온 것에 대한 후회가 새로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의 빛으로 변했다. 그건 나 말고 같이 벌을 받았던 모두에게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따끔한 말을 우리에게 했던 경원이형은 있는 용돈을 털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일품향'이라는 중국집으로 가서 연극부원 전체에게 저녁을 사줬다. 저녁을 먹을 때의 경원이형의 표정은 어느새 인자한 선배로 변해있었다.. 정말 고마운 형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뻗었다... 무려 13시간이나 잠을 잤다. 태어나서 그렇게 오래잔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경원이형이 돌아간 이후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때 난 나의 모든 것을 베팅을 했다. 처음에 13명이던 동기는 7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맡겨진 배역에 대해서 최선을 다했다. 대사가 틀리거나 연기가 서툴 때마다 몽둥이로 맞는게 싫었지만 그것은 축제때 공연을 하면서 날려 버리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게 공연은 다가왔고 학교 축제인 단웅제가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축제 하루전은 1,2,3학년은 물론 졸업선배들도 모두 찾아와서 같이 밤을 새는 전통이 있었다.

나보다 3기수가 빠른 6기선배중에서 폭력 전과 3범인 형이 있었다. 그 형은 연극부였다가 폭력사건을 일으켜서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지방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연극부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 1학년이어야할 시기에 그형은 재수 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갖춘.. 그러니까 싸움도 잘하고 재미있고, 웃긴이야기도 많이 해주는 그 형에게 처음 이미지는 좋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날이 피의 밤으로 기억될 줄이야.. 우리 동기중에 꼴통 한명이 그 형이 가지고 있던 음란비디오테이프를 훔쳐간 것이다. 낮시간 내내 그 테이프를 찾았던 그형은 범인이 밝혀지자 연극부를 모두 집합을 시켰다... 그리고 무조건 업드리게 했다.

폭력전과 3범형이 내려치는 몽둥이란... 난 아무잘못 없으면서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연극부는 하나니까... 물론 조금있다 들어온 당사자는 그 형에게 직접 주먹세례를 받았다. 난 밤새도록 언제터질지 모르는 선배들 가운데서 공포에 떨며 지내야 했다.

피의 밤이 지나고 공연시간이 다가왔다.. 나의 고등학교 1학년의 전부가 걸려있는 연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너무 떨려서 계속해서 오줌이 마려왔다.

내 인생의 첫 연극.... 조명은 무대를 비추고... 꽉 채운 200여명의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무대를 바라보고..... 난 200여명이 뿜어내는 시선의 주인공이 되어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 되어 있었다. 환희와.... 기쁨과..... 보람.... 공연도중에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건 개의치 않았다.... 이미 난 연극이 가져다 주는 카타르시스에 빠져있었으니.....

나만의 세계에 있었던 시간들이 지나고.... 조명은 꺼지고..... 막은 내리고... 환희는 기쁨으로.... 기쁨은 아쉬움으로... 아쉬움은 허탈함으로....

그날 뒷풀이때 코리안 위스키(소주)라는걸 처음으로 마셔보았다. 모두들 아쉬워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 안고... 본격적으로 처음 마셔본 술은 신기했다. 공원의 땅과 나무가 자꾸 나를 향해 돌진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거리며 내 인생에 여러 의미를 붙여줄 수 있는 날은 지나갔다.

축제가 끝난 후 무대를 다시 정리를 할 때 허탈함이 몰려왔지만.. 내가 이제 성숙했다는 것을 느꼈다.

공연이 끝나고 할 일이 없었다. 특활시간은 그냥 연극부원들끼리 모여서 노가리를 까다가 헤어졌다.. 동기중에 상우가 선배들한테 게겨서 1학년이 집합당해서 아무런 말도 없이 2학년들에게 맞았던 피의 화요일을 제외하면 평화롭게 지나갔다.

고등학교 1학년시절... 나의 대부분은 연극부에게 바쳤다. 사춘기시절 고작 1년동안 난 연극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을 모두 경험하고, 아픔, 슬픔, 기쁨, 환희, 추억, 보람등 수많은 것들을 수확해 갈 수 있었다.

지금 그시절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에는 인생을 전부 걸어야 할만큼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연극이라는 것이 즐기는게 아니라 쟁취해야 됬던 시절이었던 것.. 그러한 과정들이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던 것..

늦은 밤 고된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지친 연극부원들이 교문앞에 둥그렇게 모여서 항상 구호를 외쳤다. "연극부는 하나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구호를 외치던 그시절.. 고민많고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년들의 우렁찬 외침은 저 멀리서 우리를 밝게 비춰주던 달과 수많은 별들은 싱긋 웃으며 받아주었을 것이다.

2학년 시절

처음으로 후배를 받아보던 설레임.. 2학년의 시작은 그렇게 다가왔다. 3월초 매일 같이 1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연극부 홍보에 열을 올렸다. 경외감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갓 선배가 된 나를 쳐다보는 1학년들이 귀여워보였다.

그렇지만 새 얼굴을 뽑기위한 오디션은 없었다. 지원자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아마 연극부에 대한 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그렇다는 생각만 들었다. 뒤에서 우리를 욕했던 서클과 패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14명의 새 얼굴들.. 그 중에는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싸움짱을 먹고 온 후배도 있었다. 90도로 허리숙여 인사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몰려왔따.

2학년이 되어서 한가지 다짐한게 있었다. 절대로 후배들을 때리지 않고 'ㅆ'이 들어간 욕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학과 군대가서도 지켰고...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는 원칙이 되었다.

1학년 생활의 반복이다.. 단지 2학년이 되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하루는 동기들이 후배들을 때리다가 학생부장에게 걸렸다.. 연극부는 학교에서 안 좋게 찍혀있기 때문에 그러한 건수는 나라고 피해갈 수 없었다. 아무죄 없는 나도 2일동안 학생처에 끌려가서 학생부장이 손수 내려치는 야구 방망이의 힘을 엉덩이와 허벅지로 의지를 해야 했었다.

2학년이 되어서 학원을 다니고 연극에서의 역할도 스텦을 맡았기 때문에 1학년때보다는 연극부에 크게 매달리지 않았다.

크고작은 헤프닝들이 2학년때 있었지만 그럭저럭 넘어가고... 축제전날이 찾아왔다.. 작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을 했지만 아무일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휴.... 안도의 한숨

스텝의 입장에서 연기를 하는 후배들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이제 고등학교 시절에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연기는 1학년, 스텦은 2학년, 3학년은 공부해야 되니까.. 그저 대학에 진학을 하면 연기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처음으로 후배들을 받아본다는 설레임에 지냈던 2학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3학년 시절

1학년때 가끔 연습을 보러오는 3학년은 그야말로 하늘이었다. 그런 나도 3학년이 되었다. 입시전쟁의 전면에 나서는 입장에서도 항상 연극부가 궁금했다. 가끔 연극부 연습을 보러 가면 1,2학년들은 긴장되는 얼굴로 90도 인사를 하고... 바짝 얼어있는 1학년을 볼 때면 뿌듯함과 함께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귀여웠다.

1,2학년보다는 관심이 덜한 .. 아니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능 날짜는 다가오고, 수능날짜와 함께 축제도 다가오고 있었다.

항상 긴장이 되는 축제 전날.. 수능이 18일 남은 시점에서 난 유일한 3학년으로서 후배들과 같이 밤을 새게 된다. 재작년에는 처절하게 당했던.. 선배들이 덜 왔는 작년에는 무사히 지나갔던 피의 전날밤이 이번에는 중간 형태로서 다가왔다.

나보다 1기수 위인 8기 대영이 형이 연극부원들 모두 집합을 시켰다. 헤이해진 연극부의 기강을 바로잡는 다면서 기합을 주었다.. 3학년인 난 대영이 형 옆에서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나한테 불똥이 튀겼다... 대영이형은 몽둥이를 나한테 쥐어주더니 나보고 후배들을 때리라는 것이다.. 이럴수가.. 나 스스로의 원칙이 있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합을 주는 선배를 위해서, 벌을 받는 후배들의 위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몽둥이로 후배들을 때렸다. 세게 내려쳤는데도 말없이 맞으면서 고통을 참고 있는 후배들이 대견했고 고마웠다.. 또한 미얀했다.

피바람이 지나간후 야자타임이 시작되었다... 3학년인 난 거의 막내급으로 반전되었다. 졸업선배는 거의 못건드리는 상황에서 야자타임이 시작되었다. 신난 1학년들은 다들 머리를 박으라고 했고, 나도 같이 박았다.. 머리를 박으면서 후배들에게 기합을 받는 도중 몇몇 1학년들이 송구스러웠던지 장난으로 머리를 박고 있는 나의 허리를 받치면서 힘이 덜들 게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3번째 축제가 지나고.. 수능을 봤다. 가게될 학교가 결정되었을 때 연극부를 비롯한 친구들은 모두 경악을 했다... 다들 내가 교대를 가는 것을 말렸다. 내가 어때서?

거의 연극부와 함께한 고등학교 시절과 작별할 시간이 왔다. 바로 졸업식이 온 것이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시간도 연극부와 함께 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문에 나오자마자 계란과 밀까루 세례...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당하니 몰꼴이 말이 아니었다. 밀까루를 뿌린후 졸업을 축하한다며 뻔뻔하게 다가오는 후배들... 웃으면서 껌을 내민다. 바로 껌을 사라는 것이다. 나 역시 연극부 선배들이 졸업할 때면 껌을 팔지 않았는가..^^ 이미 후배들을 위해서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한돈을 쪼개서 껌 2개를 4만원에 샀다. 졸업선배들에게 껌을 판 돈으로 연극부 전체가 일품향'중국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한마디씩 하는건 이미 전통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 주었던 연극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서 얻었던 많은 소중한것들이 지금까지도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고되기는 하지만 진정한 남자들의 세계.. 단대부고 연극부 극단'ㄷ'을 통한 모든사람들이 언제나 가슴속에 이 말을 간직하고 있다.

'연극부는 하나다!'

고등학교 연극부 시절 유일하게 남아있는 연극부 사진..

동기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장소는 우리가 공연을 했던 장소로써 학교 체육관 지하이다. 아무도 오지 않은 지하에 '머릿돌 소극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든 것을 공연을 위해 바쳤던 그리운 시기이다.

난 윗줄 왼쪽에 있다.

춘천교대 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 석우'

1학년 시절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의 진학은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중에 하나이다. 특히 집이 서울인 관계로 춘천에서는 자취를 해야만했다.. 물론 난 해방감에 젖어서 이것저것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접근하던 시기였다.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의 추억 때문에 다시 대학에 들어와서 연극동아리를 찾았다. 연극동아리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선배들이 '극회석우에 가면 폐인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어디를 가나 연극동아리에 대한 소문은 이상하게 안 좋아 보인다.

거기에 굴하지 않고 극회석우에 들어갔다. 97학번은 두명이 극회석우에 들어갔다. 남자는 나하나와 여자 동기 하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분위기에서 극회석우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활기롭고 발랄했다. 선배들 하나하나가 끼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동아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극회석우 33기로서 난 동기 성희와 워크샵을 가졌다. 워크샵 연출은 95학번 유미누나이고, 작품은 '컴퓨터 결혼'이라는 작품이었다. 단 2명이서 오붓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마쳤다. 관객은 거의 없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첫 연극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워크샵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정기공연에 투입되었다. 정기공연 작품명은 '꽃 잎져서 피..' 난 스텝으로 참여를 해서 무대도 만들고 조명도 경진이형과 같이 달았다.

며칠밤을 새가면서 공연 준비를 하고 다 같이 고생하면서 올린 연극.. 특히 '꽃잎져서 피'라는 작품 자체도 나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화기애애하지만 다 같이 고생하면서 올리는 연극은 특히 공연이 끝난 후 허탈감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2학기때는 동기한명이 더 들어왔다. 체육과 여진이.. 여진이와 난 둘이서 워크샵을 했다. 제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구?' 연출은 미정이 누나.. 1학기의 유미누나와는 다르게 성격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때문에 연극을 꾸미는 과정에서 미정이 누나와 충돌이 많이 있었다. 작품은 약간 외설적인 작품이었다. 때문에 난 팬티만 입고 여진이에게 맞는 장면도 연기해야 되었다.

워크샵공연이 끝난 후 다시 정기공연에 스텝으로 투입이 되었다.